2003.05.29 10:38

통영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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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바다, 들소뿔빛 비에 젖다.

통영 바다는 어머니의 자궁이었다. 약해도 단단한 뼈, 단단한 삶의 뼈마디,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사람의 간격속에 울컥, 울컥 사람을 만나는 바다는
가장 뜨거운 불꽃으로 희열과 침잠을 안고 서 있는 바다다.
바다의 은유와 직유, 밀물과 썰물, 비속의 길 떠남속에 바다는 비에 젖고
비는 바다에 젖고 있었다.
비속의 바다, 길 떠남은 네가 바다이던가, 네가 비였던가
찔레꽃길 마음은 붉어 찔레꽃길, 뭉클 뭉클 붉은 가슴 피고 있던가, 바다는
비속에 비속의 작별을 남기고 우별(雨別)을 흩어 날리고 비, 바다, 산엉덩이에 걸린 숫 살결로 내리는 비속의 바다다.
통영 바다는 무한 순결의 설록차빛이다.
사랑도 울며 슬며 밀물, 썰물로 다가오다. 청마문학관에서 좌청룡, 우백호,
바다와 산 뿐이다. 토끼같은 마음으로 호랑이 꼬리빛 같은 저녁 노을 바다는
비속에 젖고 있었다. 비는 수평적으로 수직적으로 내리다.
통영시장(市場)에 펄떡 펄떡 뛰는 생물들, 물고기들은 사람과 산을 안고
물속에 잠기고 물고기들은 바다와 비속에 비속에서 산으로 저자거리까지
몸을 팔러 왔다. 봄냄새, 꽃냄새, 처참하게 물 넘어 가다.
봄비의 껍질, 봄비의 알맹이, 봄비의 수직적 처연함은 개나리꽃 눈물빛이다
통영바다는 비타민 많은 사과빛이다 사과 껍질이다.
별꼬리 달꼬리 따라 다니는 심상(心象)의 삶, 그림자, 삶의 꼬리표는 통영
바다 꼬리표를 만지다. 해수어떼, 바보같이 물살을 따라 가며 물살의 속살을
따라 가다. 물풀을 피해 바다 길을 따라 가다. 바다에 젖는 달, 바다에 젖는 별, 봄 별자리표를 따라 삶의 화엄경(華嚴經), 화엄경(華嚴經)으로 출렁이는
명경 같은 통영 봄 바다 비에 젖어 몸 털고 있다.
시는 삶의 한 부분인가, 생각의 한 부분인가, 통영 바다에서 피를 쏟다
서늘한 삶의 서체(書體)가 스러지고 스러지며 다시 일어나 핏빛 각혈을 하다. 통영 바다에서 검은머리물떼새로 검은 피 포개다. 검은 피 보태다.
통영바다에 눈물꽃 피다. 애처러운 봄날의 이즈러진 풍경 너머로 통영
바다 깃발 얌전히 뽐을 내고 흔들리다.
통영 봄바다는 어머니의 자궁이었다. 양수물에 흔들리며 물지느러미
몸 흔들고 몸 틀며 찔레꽃 목가시에 목이 찔리다. 찔레꽃잎, 찔레꽃,
피쏱는 뜨거움 안고, 불꽃을 먹고, 수소뿔빛 노을 타는 뜨거운 시의 꽃을
피우며 삶과 시의 몸을 말리는 시를 먹고 가는 그리움의 기차는 시의 모닥불, 시의 불꽃을 쓰러 뜨리고 간다.

통영 바다 물결은 별과 달빛이다
통영 바다 물결은 삶의 구리빛이다.
통영 바다 물결은 죽음의 달빛이다.
통영 바다 물결은 봄비의 알맹이다.
통영 바다 물결은 달빛에 젖은 젖통이다.
통영 바다 물결은 도깨비불에 타는 사랑이다.
통영 바다 물결은 들소뿔빛 노을에 타는 뿔빛 그리움이다.

일만광년, 일억광년을 안고 가는 통영 바다는 빛의 끝에 산다.
빛의 끝에 네가 있다. 내심(內心)을 토해 내고 내심(內心)에 끓는
바다는 열무빛 푸른 바다, 비극성 푸른 네 삶의 바다다.
비 , 통영바다는 비극적 바다가 아니다. 삶의 예술혼, 그리운 삶의
열무김치빛, 물김치빛 바다다. 수직 수평으로 흔들리는 바다.
비와 함께 청마 시를 읽으면 삶의 진실, 삶의 그리움 삶의 시가
온통 외도 섬 같다. 야차. 몽골 길 같다. 홍도, 울릉도, 독도 같다
느리고 무거운 삶의 저 편, 저 길 바다 가는 길에서 무너지지 마라 삶의
끈, 이어 질긴 네 삶의 푸른 바다를 어이 하리.
연두빛 바다, 바다의 꽁지를 물고 봄을 보다. 봄은 '보다'의 준말일 것이다.
눈물로 만든 바다, 유리(琉璃)로 만든 바다 작별로 만든 바다,
바다는 찢어진 마음을 펴다. 바다는 직선이다. 바다는 곡선이다.
눈물초로 꽃을 피운다면 눈물로 응고된 초로 촛불을 켠다면
바다는 푸른 푸르디 푸른 눈을 뜰 것이다. 처용(處容) 역신(疫神)을 만나다.
윤이상의 통영 칸타타를 만나다. 북쪽 끝자락, 통영바다를 안고
가슴 검은 피멍이 들도록 울다. 심청은 어디로 갔는가 통영 바다에서
심청은 그리움의 속살을 들어 낼 것이다.
서서 우는 바다, 서서 우는 시혼(詩魂)은 통영 바다에 떠돌다. 통영바다에 머물다. 이승의 한 끝자락, 통영바다, 희디 흰 살결에 비속의 나그네, 크낙새 되어 날다, 물총새 되어 날다.
바다와 뭍의 교직(交織), 바다혼은 허무혼의 재생이었던가 허무혼의
허무새였던가
바다는 시의 모태신앙(母胎信仰)이 아니었던가.
쉼표, 쉼표로 이어진 삶의 인자(因子)들이 모여 바다속에 산다.
눈물샘같은 통영바다, 통영바다는 싱싱한 전율(戰慄)이다.
잔잔한 긴장과 경련이다. 버려진 삶을 가지고 통영바다에 간다.
통영바다는 버리지 않는다 가지지 않는다 무소유, 철저한 삶의
무소유를 남긴다.
삶과 죽음 고독과 허무 사랑과 이별, 그리움 눈물을 함께 안고
처절한 아픔을 안고 봄바다 봄비를 타고 내리다. 그리움의 달덩이
그리움의 자식들이 연쇄법으로 이어지는 예술의 바다,
삶의 달덩이, 그리움의 달덩이가 모여 통영별로 빛나다
통영바다에 숨은 네 그리움을 꺼집어 내어 가거라.
삶의 눈을 뜨고 시의 눈을 뜨고 몸살로 져내리는 통영바다의 푸른 바람은 푸른 바다의 끝에서 별을 보다. 눈 부신 희디 흰 살결, 속 살결
그립고 푸르른 통영바다, 들소뿔빛, 물소뿔빛 그리운 통영바다
비에 젖어 네 그리운 시혼을 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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