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발도 없이 앞장서서
흔드는 너의 손짓에
항상 취하는 나
잡을 수도 볼 수 없는
수 십 년이 지난 동거
오늘
너의 실존에 비틀 거린다
꼭 껴안고 물기를 털어준다
갓 감은 손녀의 윤기 도는 머리
레몬 숲이 일렁인다
과수원을 돌아 아랫마을로 가는 바람
그 높은 곳을 지나
정면에 놓인 작은 초인종
누르기만 하면
통로를 따라
지하실에서도 달려 나와
반가워
집안 전체가 벌렁 거린다
동네 어구 길목마다
모양도 형체도 없이 가득하기만 한
너울
잠들어 있는 나의 호흡을
고르게 깨우는 방향(芳香)
길을 잃지 않는 행보가 나를 미치게 한다
흐르기 시작하면
길게 누운 마을의 관절이, 마디가,
근육마저 움직이며 일어나
깊은 산 계곡을
뒤도 안돌아 보고 줄지어 넘어간다
너 안에 내가 사는 길.
2006.01.03 08:55
형체도 없는 것이 1
조회 수 71 추천 수 10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50 | * 나눔에 대한 묵상기도 * | 김영교 | 2007.05.11 | 111 |
249 | 장영희 | 김영교 | 2003.03.18 | 111 |
248 | 대추 12/09/2008 | 김영교 | 2008.12.09 | 110 |
247 | 초봄/미발표2006 | 김영교 | 2007.11.02 | 110 |
246 | 마음이 따뜻한 선물, 감자가 아니고... | 김영교 | 2006.01.23 | 110 |
245 | 바람 | 김영교 | 2005.05.12 | 110 |
244 | 죽는 법 | 모리교수 | 2009.06.27 | 109 |
243 |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 김영교 | 2008.05.25 | 109 |
242 | 때에 따라 숙일줄도... | 김영교 | 2007.02.23 | 109 |
241 | 아빠의 팔 | 김영교 | 2005.05.27 | 109 |
240 | 휴가/Yellowstone | 김영교 | 2007.09.06 | 108 |
239 | 길 | 김영교 | 2007.06.28 | 108 |
238 | 문우생일까지 챙기고 글은 언제쓰시나? | 갸우뚱여사 | 2005.12.18 | 108 |
237 | 성경(3월 마음의 양식) | 김영교 | 2004.12.20 | 108 |
236 | 인생의 원근법 | 김영교 | 2003.12.13 | 108 |
235 | [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 | 김영교 | 2009.05.24 | 107 |
234 | 행복한 사람일수록 | 김영교 | 2007.11.12 | 107 |
233 | 플러턴의 단풍 | 김영교 | 2007.10.09 | 107 |
232 | 꽃동네* 이야기 | 김영교 | 2007.06.12 | 107 |
231 | 흘러서 내게 온것 | 김영교 | 2007.02.04 | 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