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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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김추인 문을 나서면 문득 지도보다 먼저 길이 내 곁으로 다가서며 너 어디 갈래? 묻는다 못 들은 척 호주머니나 뒤적뒤적 딴청이면 그래 그래 그래 길이 그냥 길을 내준다 슬픈 날은 슬픔 쪽으로 쓸쓸한 날은 길도 안 난 산기슭 아직 읽어내지 못한 내 이승의 끄트머릴 힐끗 보여주기도 하면서 억새바람뒤로 희끄므레 돌아도 가면서 그래 그래 그래 끄덕이며 길을 내준다 수신된 메시지 하나 없이 억수 쏟아지고 사무치는 날 문 밖에 서면 너 어디 갈래? 묻지도 않고 젖은 골목길이 추적추적 따라온다 구부정 한 그의 어깨도 흐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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