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5 02:58

詩 <길벗은행> 김영교

조회 수 287 추천 수 8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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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은행

산비탈 돌아
마을로 내려 올 때
지갑에는 먼지
가슴 가득 들풀냄새

여린 오후의 햇살이 스며들지 못하는
포장도로와 빌딩 갑옷이
목을 조여
숨이 막힐 듯

도시 심장으로 직진하는
눈치 빠른 신발의 젠 걸음

이민의 고갯길
땀 식히며 숨고를 때
의외로 넉넉한 길벗 하나 있어
밀어주는 바람이 된다

비상이 걸린 다급함
비틀거리는 거래
신용 옆에 서 있어
인심도 빌려 주는 편리한 나라

아직은 은혜의 뜰안
원금 상환의 규약

그리하여
꿈만이라도 저축
詩만이라도 적금
지불허용의 보호 아래
트이는 산하

우주보다 더 큰 은행에
작디작은 내 개인구좌
복리로 늘어나는 생명이자
혈맥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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