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걸널목/안도현
2008.08.30 21:05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3행에 불과한 이 짧은 시안에
우주 크기 사랑의 질책이 고함치고 있습니다.
아! 우리 인간은 얼마나 많은 말의 연탄재를 발길로 차고
술 취한 무책임의 발걸음으로 동네 골목을 어지럽혔는지요?
압축된 말로 32 글자 밖에 안 되는 이 시는 짧지만 주는 감동과 여운은 큽니다.
삶의 겨울을 지나는 동안 남을 위해 자신을 하얗게 헌신한 적이 없었던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만듭니다.
따스한 인생의 아랫목은 사랑의 불씨를 지피는 누군가의 수고 끝에 늘 뎊혀져 왔습니다. 춥고 헐벗은 누군가의 싸늘한 구들방은 지천으로 깔려있습니다. 예수를 모르는 오지의 영혼들의 겨울에 아랫목 불지피는 조그만 손길을 내 밀어줄 때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하얀재의 사명을 다하는 뜨거운 이웃이 될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연탄 한 장' 또 '반쯤 깨진 연탄'등 연탄 시리즈로 우리를 따뜻한 세상으로 안내하고 있는 교사 출신 안도현 시인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으며 작고 하찮은 것에 애착을 보인 <외롭고 높고 쓸쓸한>시집 첫 장에 "너에게 묻는다"가 실려있습니다.
1984년 <동아일보>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서울로 가는 전봉준>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그대에게 가고 싶다>등의 다수의 시집이 있습니다.
김영교(시인)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6 | 어떤 손 / 이승하 | 김영교 | 2007.03.22 | 454 |
135 | 룻기의 비밀/by Sandy Lee | 김영교 | 2008.05.25 | 454 |
134 | 새롭게 떠나는 작은새 / 김영교 | 김영교 | 2010.07.16 | 431 |
133 | 고고학자들의 카리스마를 크릭하라 by 이요엘 | 김영교 | 2007.04.03 | 427 |
132 | 동차니명강의 | 김영교 | 2012.01.19 | 419 |
131 | 눈물 - 김현승시인 | 김영교 | 2008.09.29 | 406 |
» | 시가 있는 걸널목/안도현 | 김영교 | 2008.08.30 | 404 |
129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시: 김춘수 | 김영교 | 2007.02.09 | 401 |
128 | 개주인의 피부암/미발표 | 김영교 | 2007.02.18 | 400 |
127 | 고희에 맞는 봄 / 오세윤 | 김영교 | 2012.03.07 | 392 |
126 | 나의 수필쓰기/먼저 좋은 그릇이 | 김영교 | 2008.09.10 | 392 |
125 | 망현경/석좌교수 | 김영교 | 2006.05.06 | 390 |
124 | 7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 김영교 | 2011.11.14 | 387 |
123 | 신호등 시집 출판동기 | 김영교 | 2009.08.04 | 386 |
122 | 번역문학/세 계화 | 김영교 | 2013.02.24 | 381 |
121 | 나는 왜 시를 쓰는가/김영교 | 김영교 | 2008.11.01 | 378 |
120 | 김영교 수필집<길위에서>독후감/민완기 | 김영교 | 2007.03.27 | 378 |
119 | 김영교 시집 "너 그리고 나, 우리" 독후감 by 민완기 | 김영교 | 2007.03.29 | 376 |
118 | 12회 김희춘님의 들꽃, 우리들은 | 김영교 | 2010.12.18 | 371 |
117 |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 박진서 | 박진서 | 2009.08.10 | 3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