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문효치
2009.03.12 22:53
<동백꽃 속으로 보이네> 시집
나는 대나무여요
외로운 악사의 피리가 되기위해
거센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수많은 칼질에도 베이지 않았어요.
푸른 하늘을 머금고 키워 온 몸뚱이는
외로움의 낫을 가는 미지의 악사,
그의 낫 날에나 잘리워질 거예요.
문효치(1943- ) '피리'
바람과 칼질 위험이 따른 인고의 세월 넘어
외로움으로 준비된 악사의 손길을 기다린다
세상에서 피리로서 존제가치를 부여받는 순간을 위해서다.
비움으로 체워지는 공기, 그 충만 없이
피리는 피리다운 소리를 낼수가 없다
욕심으로 가득찬 사람나무가 대나무를 닮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움으로 더 큰 세계로의 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웃에게 감동을 주는 언어의 피리소리 연주가 되도록 우리를 그 경지로 끌고가는 시인의 눈이 예사롭지가 않다.
가까이 두고 매일 읽거나 외워두면 좋을 상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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