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문정희 팬티/ 강홍기

2013.03.05 09:09

김영교 조회 수:671 추천:15

[詩]치마/文貞姬 팬티/林步
치마 - 文貞姬(詩人)


벌써 男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神殿에

어쩌면 神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興亡의 秘密이 궁금하여

男子들은 평생 神殿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神의
後孫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族譜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女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洞窟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文貞姬의「치마」를 읽다가  
林步가 "팬티"라는 詩로 화답한다
팬티 - 林步(詩人).  본명 강홍기    

그렇구나.

女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神殿.

男子들은 황홀한

密敎의 狂信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參拜의 機會를 엿본다
  
女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宮殿,

그 男性 禁止區域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敬拜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母川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男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母川의 聖地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殉敎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參拜客이 끊긴 닫힌 神殿의 門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門을 여는

神秘의 열쇠를

男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文貞姬 시인 약력

  1947년 , 전남 보성군 출생

데뷔 1969년 월간문지학 시 '불면'

소속 고려대학교 교수


林步 시인(강홍기 )약력

1940년  전남 순천 출생

1962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62년 『現代文學』지를 통해 詩壇에 등단함.

문학박사 ,국문과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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