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이활
2007.02.07 15:49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활(活)(1904-1944)<광야> 전문
퇴계 이황의 14대 손, 이활은 독립 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북경 감옥에서 옥사했다. 시인은 형무소 죄수 번호 64에서 '육사'라는 호를 따왔다. 남성적 어조와 지사적 기개, 대륙적 풍모가 이시에 흠뻑 담겨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의 시인 이육사로 더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시 <광야>가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독도를 넘보는 이 시점에 우리의 무관심을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다. 권력의 회유 앞에 타협하는 정치인들에게 또 안일을 추구하는 이민자에게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여 조국애를 환기시키는 그의 남성적 호쾌한 목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이민광야를 예견한 선각자다운 투사의 번득이는 혼이 옮아와 애국심의 강을 흐르게 한다.
이 시대의 험난한 정치바람에 굴하지 않고 버티고 서서 푸른 목소리로 역사를 노래한 의지와 기개가 넘치는 대륙풍의 이 시는 향수마저 자아낸다.
(시인 김영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9 | 15 가지가 사람 잡는다 | 김영교 | 2009.05.11 | 162 |
108 | 미자 남편의 e-mail 전달/감명 | 김영교 | 2009.05.19 | 284 |
107 | 김현영선교사 선배님 | 남정 | 2009.06.07 | 352 |
106 | 지렁이의 미덕/김현영선배교수 | 남정 | 2009.06.08 | 537 |
105 | 6월의 메르 | 남정 | 2009.06.16 | 182 |
104 | 유대인 어머니 편지 | 남정 | 2009.06.26 | 156 |
103 | 생명력 있는 계란/과테말라 선교에서 | 김현영박사 | 2009.07.10 | 321 |
102 | 안동간고등어 | 김영교 | 2009.09.23 | 187 |
101 | 이숙현음악회 디즈니 극장 | 김영교 | 2009.09.23 | 345 |
100 | 건강한 인연 | 김영교 | 2009.09.23 | 154 |
99 | 삶의 비망록 | 김영교 | 2010.03.10 | 158 |
98 | 내가 아는 박영호선생님 by 김영교 | 김영교 | 2010.05.23 | 201 |
97 | 이창동 감독의 절창 <시 (詩) by 심영섭 영화평론가 | 김영교 | 2010.05.28 | 205 |
96 | 김사빈의 문학기행 /서정주 | 김영교 | 2010.06.27 | 134 |
95 | 고아의 편지 7/5/10rh | 김영교 | 2010.07.04 | 124 |
94 | 인사동이야기 / 민정이 | 김영교 | 2010.07.04 | 113 |
93 | 말에는 지우게가 없다 | 김흥묵 부고필라 | 2010.07.09 | 135 |
92 | 격려사 / 조명환목사 | 조명환 | 2010.07.16 | 200 |
91 | 이사장 공문서한 | Chan Chung | 2010.07.28 | 126 |
90 | 명품 바이올린의 비결 | 김영교 | 2010.09.03 | 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