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정사

2004.09.12 06:19

박영호 조회 수:231 추천:2

숲 속의 정사

        숲 속에 가면
        나는 내 여인을 만난다
        내 나이와 비슷한 나무 앞에서
        그 동안 모아 놓은
        내 그리움을 풀어놓고
        두 팔로 나무를 껴안아 본다

        가슴 저려오는
        그리움의 긴 강물이
        내게서 나무로
        나무에서 내게로 흘러 내린다

        아, 나무는
        내 사랑 하던 여인 이던가
        목을 넘어가는 우유빛 같은
        유년의 몽글 몽글한 감촉이
        온 몸에 흘러내리고
        바람 같은 외로움이 빠져 나간다
                        
        비로소 나는
        팔을 풀어 나무를 놓아주고
        포근하게 비워진 가슴으로
        밀회의 숲을 빠져 나온다
      
        아, 이젠 이 나이에 나무와 정사까지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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