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
2005.02.06 13:50
간밤의 꿈에 잠을 설치고
찻잔을 옆에 하고 소파에 앉아
열린 창 틈으로
먼동이 트는 새벽을 본다
출산을 기다리는
만삭의 여인처럼
태양을 잉태한 동녘 하늘은
힘겨운 듯 피를 토하고
유난히도 요란스러웠던
올 겨울의 날씨답지 않게
봄을 알리듯 맑게 겐 하늘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뒤뜰의 수영장에 오리 한 쌍
맑은 물을 호수로 착각했을까
상큼한 아침을 다정하게 즐긴다
오리는 알았을까!
물은 물이로되
화학 물질로 정제된
생명이 살아 숨쉴 수 없는 물임을……
몇 분이 지나 오리는
하늘로 치솟아 나른다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바램 하나
나도 너 오리처럼
맑은 시냇물이 흘러 들고
생명이 살아 숨쉬는
두고 온 방죽을 찾아
훨훨 날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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