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맑음
2005.03.15 17:06
내일은 맑음 / 홍인숙(그레이스)
잦은 비로 늘 젖어 있는 포트랜드 하늘은 매일 화창해 오히려 걱정이라는
소식인데 비 구경 힘든 산호세 하늘은 날마다 젖은 얼굴로 누워있다. 오랜만
에 점심을 함께한 친구의 표범무늬 코트 자줏빛 모자가 빗속에서도 위풍당당
화려했다.“진짜 멋쟁이는 비오는 날 더 멋을 낸다고 해요.”그녀 스스로도
갑작스런 성장(盛裝)에 어색할 것 같아 배려해 준다고 한 말이 아픈 새처럼
흔들흔들 허공으로 사라졌다. 평소 식탐이 만만치 않았던 그녀의 접시에는
우아하게 풀잎 몇장 걸터앉았고 절식이 필요한 나는 뷔페식당에 걸맞게 접시
를 채워 올렸다.
포트랜드의 하늘과 산호세의 하늘이 바뀌었다. 그녀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바뀌었다. 차창을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무겁다. 눈썹까지 내려앉은 하늘가로
부쩍 여윈 얼굴 하나 각인된다. 잠시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섰던 허탈감이 무
거운 빗줄기와 함께 암팡스레 긁어대는 와이퍼에 바쁘게 밀려난다. 라디오의
볼륨을 올린다.“내일은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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