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맑음

2005.03.15 17:06

홍인숙(그레이스) 조회 수:141 추천:2



    내일은 맑음 / 홍인숙(그레이스)




    잦은 비로 늘 젖어 있는 포트랜드 하늘은 매일 화창해 오히려 걱정이라는
    소식인데 비 구경 힘든 산호세 하늘은 날마다 젖은 얼굴로 누워있다. 오랜만
    에 점심을 함께한 친구의 표범무늬 코트 자줏빛 모자가 빗속에서도 위풍당당
    화려했다.“진짜 멋쟁이는 비오는 날 더 멋을 낸다고 해요.”그녀 스스로도
    갑작스런 성장(盛裝)에 어색할 것 같아 배려해 준다고 한 말이 아픈 새처럼
    흔들흔들 허공으로 사라졌다. 평소 식탐이 만만치 않았던 그녀의 접시에는
    우아하게 풀잎 몇장 걸터앉았고 절식이 필요한 나는 뷔페식당에 걸맞게 접시
    를 채워 올렸다.

    포트랜드의 하늘과 산호세의 하늘이 바뀌었다. 그녀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바뀌었다. 차창을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무겁다. 눈썹까지 내려앉은 하늘가로
    부쩍 여윈 얼굴 하나 각인된다. 잠시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섰던 허탈감이 무
    거운 빗줄기와 함께 암팡스레 긁어대는 와이퍼에 바쁘게 밀려난다. 라디오의
    볼륨을 올린다.“내일은 맑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9 간이역(簡易驛) 정용진 2005.03.16 68
618 하얀 수혈 백선영 2005.03.16 51
617 귀가 한길수 2005.09.15 51
616 아우야, 깨어나라 고영준 ko, young j 2005.05.18 84
615 안경라 2006.11.12 49
614 까치밥 강성재 2007.09.22 109
613 액자 윤석훈 2005.03.16 58
612 사랑법 홍인숙(그레이스) 2005.03.15 47
» 내일은 맑음 홍인숙(그레이스) 2005.03.15 141
610 홈리스 피플을 돕는 사람들 정찬열 2005.03.15 216
609 샛강 수봉 2005.03.15 79
608 달팽이.2 정용진 2005.03.13 56
607 밤에 하는 샤워 서 량 2005.03.13 89
606 강성재 2006.11.21 54
605 [삼월의 눈꽃]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3.13 112
604 [삼월의 눈꽃]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3.13 81
603 어제 그리고 내일 권태성 2005.03.13 71
602 가고픈 길 홍인숙(그레이스) 2005.03.11 241
601 솥뚜껑 소리 정용진 2005.03.11 184
600 수호천사 김수영 2014.04.06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