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조옥동(1941~ )


온종일 건너온 고해를
피안의 테두리 안으로 밀어 넣는
이승과 저승이 만나는 곳

수평선 위에
바닷새 한 마리
불타고 있다

하루의 제물을 바치고 있다

황혼은 아름답다. 하루를 마치고 이제 막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고 있는 그 황혼녘의 태양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다. 황혼이 아름답고, 또 장엄한 것은 다만 그 광경이 그러해서만은 아니리라. 동녘에서 떠올라 온종일 고해의 여정을 걸어왔기 때문이요, 그 고단했던 하루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황혼의 그 시간은 마치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그 시간과도 같이 장엄하다. 황혼 속, 기웃 해가 저무는 먼 수평선 그 위. 한 마리 바닷새 불타듯 날고 있다. “나 오늘 하루 고단한 여정 끝내고 이제 편히 저물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제단의 제물 마냥 바닷새 한 마리 황혼 속 아득히 불타고 있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한국에서 창간된지 얼마되지 않는 작은 신문에
시를 소개하고 또 해설을 하는 난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조선생님의 시 '황혼'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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