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조옥동/시인 윤석산 교수의 해설
2012.11.01 16:35
황혼
조옥동(1941~ )
온종일 건너온 고해를
피안의 테두리 안으로 밀어 넣는
이승과 저승이 만나는 곳
수평선 위에
바닷새 한 마리
불타고 있다
하루의 제물을 바치고 있다
황혼은 아름답다. 하루를 마치고 이제 막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고 있는 그 황혼녘의 태양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다. 황혼이 아름답고, 또 장엄한 것은 다만 그 광경이 그러해서만은 아니리라. 동녘에서 떠올라 온종일 고해의 여정을 걸어왔기 때문이요, 그 고단했던 하루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황혼의 그 시간은 마치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그 시간과도 같이 장엄하다. 황혼 속, 기웃 해가 저무는 먼 수평선 그 위. 한 마리 바닷새 불타듯 날고 있다. “나 오늘 하루 고단한 여정 끝내고 이제 편히 저물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제단의 제물 마냥 바닷새 한 마리 황혼 속 아득히 불타고 있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한국에서 창간된지 얼마되지 않는 작은 신문에
시를 소개하고 또 해설을 하는 난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조선생님의 시 '황혼'을 소개했습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 | 존재의 이유/미주한국일보-"이 아침의 시"-2012년5월31/김동찬 | 조만연.조옥동 | 2014.09.11 | 128 |
» | 황혼-----조옥동/시인 윤석산 교수의 해설 | 조만연.조옥동 | 2012.11.01 | 386 |
12 | "세월의 갈피 속에 접힌 아픔을 만나기 위하여"(제2시집 해설문) | 이승하 | 2007.05.22 | 1169 |
11 | 꿈의ph 7.0 구역 (푸른사상사 발행 2007년 "오늘의 좋은 시" 에 선정)----조옥동 | 이승하 | 2007.05.22 | 717 |
10 | 인생과 자연 사랑의 인격적 승화/조만연수필집<새똥>을 읽고 ----최선호 (목사님) 평론가 | 조만연.조옥동 | 2011.10.04 | 782 |
9 | 어둠이 나를 삼킨다/[시로 여는 세상]/뉴욕일보----신지혜 | 조만연.조옥동 | 2010.11.15 | 709 |
8 | 조옥동의 "내 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 를 읽고--유경환 | 조옥동 | 2007.08.29 | 479 |
7 | 제2시집 "내 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 를 읽고 | 최선호 | 2007.08.21 | 845 |
6 | 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조옥동의 '약속')-중앙일보에서 | 조옥동 | 2007.08.09 | 596 |
5 | 한혜영의 "이 아침의 시"(조옥동의 '어느 귀거래')-한국일보에서 | 조옥동 | 2007.08.09 | 576 |
4 | '시의 한 구절이 툭 영혼의 옆구리를 치고...." | 홍승주 | 2007.07.07 | 724 |
3 | 나는 당신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믿습니다.-한국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3-4월호,2006년- | 나태주 | 2006.03.19 | 921 |
2 | 조옥동의 <내 뼈 속에는 악기가>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 신지혜 | 2006.03.26 | 932 |
1 | 조옥동 시인의 시세계 <인생과 자연의 파수꾼>--한국' 창조문학 '54호 | 최선호 | 2005.04.12 | 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