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옥동의 <내 뼈 속에는 악기가>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2006.03.26 09:56

신지혜 조회 수:926 추천:80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39) 신지혜

2005/04/18 ◈뉴욕중앙일보및컬럼  


내 뼈 속에는 악기가

조 옥 동

내 손끝 하나 닿지 낳아도
울리는 소리
은은한 떨림으로 음계를 누른다
뼈마다 마디마다
비바람 궂은 날을

마른 잎 삭풍을 울리는
계절이 오면
겨울 생소나무 가지 눈덩이 매달 듯
무겁고 무겁게
뼈 속 깊이 저려오는
음울한 안단테 칸타빌레

내 뼈 속에는 악기가 있어
아픔과 슬픔을 조율하는

끝없는 오솔길
앙상한 가지 잿빛 하늘을 깨우며
메마른 뼈 속이 울리는 소리
외로운 노래를 한다.



***************
신 지 혜
시인

뼈 속에 악기가 있다. 삶의 무게중심을 곧추세우고 우리에게 오고 가는 슬픔의 사계를 조율하는 악기가 존재한다고, 독특한 감성의 관조적 성찰로 시인은 묘파한다. 눈보라 속,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시린 나무를 생각케 한다. 견딜 수 있는 힘을 지탱하기 위한, 아픈 뼈일 수밖에 없는, 그 나무의 외로운 옹심을 생각한다.
우리 지상의 순간들은 한시도 휴식이 없다. 중심의 뼈여, 얼마나 아프겠는가. 우리 세속의 시간들은 늘 흔들리는 좌절과 슬픔에 관성화 되어 왔다. 그때마다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시간들을 끌어안았을, 그 뼈속의 음계 또한 얼마나 농축된 곡조가 될 것인가. 그 뼈 속 음계만큼 심금을 울리는 음악은 또 이 지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아픔과 슬픔을 조율하는' 마치 펜플롯 음색처럼 저리도록 아픈 음률이 겨울삭풍처럼 빠져나갈 듯 싶다.
안단테 칸타빌레로 천천히 흘러가는 뼈의 연주를 듣는다. 삶을 온통 뒤흔들고 퍼져가는 생의 음악을 들으며 우리들은 한 겨울밤을 지나간다. 뼈속 음색에 귀를 묻는다. 번져오는 음색의 물살에 마음이 금세 흠뻑 젖어들고야 만다.

조옥동 시인은 충남 부여출생, 미주'한국일보' 및 '월간 순수문학' 과'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시. '현대시조'에 시조 및 '한국수필'에 수필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여름에 온 가을엽서'가 있다. 미주시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재외동포문학상, 현대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 존재의 이유/미주한국일보-"이 아침의 시"-2012년5월31/김동찬 조만연.조옥동 2014.09.11 122
13 황혼-----조옥동/시인 윤석산 교수의 해설 조만연.조옥동 2012.11.01 378
12 "세월의 갈피 속에 접힌 아픔을 만나기 위하여"(제2시집 해설문) 이승하 2007.05.22 1161
11 꿈의ph 7.0 구역 (푸른사상사 발행 2007년 "오늘의 좋은 시" 에 선정)----조옥동 이승하 2007.05.22 704
10 인생과 자연 사랑의 인격적 승화/조만연수필집<새똥>을 읽고 ----최선호 (목사님) 평론가 조만연.조옥동 2011.10.04 777
9 어둠이 나를 삼킨다/[시로 여는 세상]/뉴욕일보----신지혜 조만연.조옥동 2010.11.15 703
8 조옥동의 "내 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 를 읽고--유경환 조옥동 2007.08.29 470
7 제2시집 "내 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 를 읽고 최선호 2007.08.21 836
6 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조옥동의 '약속')-중앙일보에서 조옥동 2007.08.09 590
5 한혜영의 "이 아침의 시"(조옥동의 '어느 귀거래')-한국일보에서 조옥동 2007.08.09 571
4 '시의 한 구절이 툭 영혼의 옆구리를 치고...." 홍승주 2007.07.07 716
3 나는 당신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믿습니다.-한국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3-4월호,2006년- 나태주 2006.03.19 916
» 조옥동의 <내 뼈 속에는 악기가>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신지혜 2006.03.26 926
1 조옥동 시인의 시세계 <인생과 자연의 파수꾼>--한국' 창조문학 '54호 최선호 2005.04.12 1020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
어제:
0
전체:
97,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