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이민자, 박사장 이야기

2005.10.29 05:08

정찬열 조회 수:123 추천:5

  흔히들 미국은 기회의 나라라고 한다. 능력껏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땅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건너와 성공한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나 볼 수 있다. 필자가 잘 아는 박사장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시골 출신인 그는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식당에 취업하여 열심히 일했고, 쥐꼬리만한 월급을 쪼개어 동생들의 학비를 보탰다. 몇 년 지나 주방장이 되었다.
   그 후, 이곳 한국식당에 주방장으로 채용되어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다.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몇 년 후엔 영주권을 얻게되고, 자그마한 식당을 인수하여 바라던 내 일을 하게 되었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정직하며, 밤낮으로 부부가 열심히 일 한 덕택에 식당은 날로 번창했다. 아이들도 잘 자라 가정적으로도 부러울 것이 없었다.
  사는데 여유가 생기자 그들은 남 모르게 주위 사람을 도와주었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 본 사람답게 어려운 이웃을 챙겼다. '죽어서 하느님을 뵙게 될 때 우리가 얼마나 사랑을 말 했느냐가 아니라 사랑을 얼마나 실천했느냐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마더 테레사의 말씀을 생각나게 하는, 그의 삶의 일부를 필자는 알고 있다.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금도 마다 않고 냈다. 자연스럽게 어떤 한인 단체에 가입하게 되었고, 그 단체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더니 회원들의 추대로 그 단체의 장이 되었다. 보통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삶이면 누가 보아도 성공한 이민자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거기서 발단이 되었다. 사람들이 박씨를 시새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샘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험담을 해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사람이, 영어도 변변히 하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단체장은 단체장. 사인을 하는데 글씨가 아니라 글쎄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니까 등, 숱한 험담들이 그 사람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말대로 박씨가 초등학교도 똑바로 졸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것 때문에 단체장 일을 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박씨 자신과 그가 속한 단체의 일이지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할 일은 아니다.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가지 못했기에 학교 가는 친구들이 많이도 부러웠다고 그는 말했다. 오늘이 있기까지 몸으로 겪어내야만 했던 어렵고 서러웠던 지난 일들을 얘기하면서 그는 울먹거렸다.
   박 사장을 험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번듯하게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다. 대단한 학벌을 가졌다는 그 분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엇을 했다는 얘기를 아직 들어 본 적이 없다.
  '안다' 는 것은 '행' 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 지식을 내 세우고 말을 앞세우는 사람은 대체로 주변을 시끄럽게만 만든다. 세상을 살 맛 나는 곳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조용한 미소와 따뜻한 가슴으로 말없이 행동하는 이들이다.  
  지난 겨울, 사뿐사뿐 눈 님이 내려오시는 어느 날, 식구들과 함께 집을 떠나 산 속에서 밤을 보냈다. 오 밤중, 소나무 가지가 후둑 후두둑 부러지는 소리에 잠이 깼다.  가만가만 가볍게 내리는 눈이 소리 없이 쌓이고 쌓여 그 큰 나무 가지를 부러뜨리고 있는 것이었다.  
   성공한 이들을 눈여겨보면, 오랫동안 말 없이 자기 분야에서 성실히 일해 온 사람들이다. 남의 성공을 함께 기뻐해 주고,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감싸오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기회의 땅이란 게 따로 있겠는가 마는 사람들은 꿈을 가지고 미국에 건너온다. 각고의 노력으로 뜻을 이루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많은 한국사람이 이 땅에 건너와 둥지를 틀었으면 좋겠다. 박사장 같은 성공한 한국 이민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2005년 10월 12일 광주매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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