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붕어

2004.05.05 10:00

길버트 한 조회 수:856 추천:80

어두운 삶의 속살
단단히 묶어놓고
성스러운 참붕어와
입맞춰 동거를 한다
투명한 지느러미로
세상을 바라다보면
지난 시름을 잊는다
물 바람 부는 동안
참붕어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는 내 비늘 한 개씩을 떼어냈다

참붕어가 사는 곳
물이끼가 달라붙은
내 비늘을 물고
등 줄그어진 하늘
강물위로 오른다
무표정하게 서있는
나무와 풀과 돌에게
보이는 것은 거짓붕어
비늘을 감추기 위해
서둘러 삼켜버렸다
그녀 배에서 내 비늘이 수영을 한다

기대하지 않는 내일
떠나가 버린 어제와
그제에 잃어버린 비늘은
수조(水藻) 속 기억들
인간이 인간들에게
던져주는 떡밥으로
한번의 마른 햇빛을
그리워 용두질치는
빛나는 오늘의 바늘에
비명을 걸어보고 싶은 나는
참붕어가 매달지 못한 비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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