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天路爲言

2005.03.28 04:55

한길수 조회 수:842 추천:77

南天路爲言(남천로위언)        망향시

月夜瞻鄕路 (월하첨향로) 달밤에 고향 길을 바라보니
浮雲颯颯歸 (부운삽삽귀) 뜬구름만 흩날리면서 돌아가네
緘書參去便 (함서참거편) 구름 가는 길에 편지라도 부치려 하나
風急不聽廻 (풍급불청회) 바람이 급해서 말조차 들리지 않아라.
我國天岸北 (아국천안북) 내 나라를 하늘 끝 북쪽에 두고
他邦地角西 (타방지각서) 남의 나라 서쪽 모퉁이에 와 있는 몸
日南無有雁 (일남무유안) 남쪽은 따뜻하여 기러기도 오지 않으니
誰爲向林飛 (수위향림비) 누가 고향 숲을 향해서 날아가려나
                      

-재 번역

고향에도 저 달은 훤하게 비추겠지만
어찌하여 구름은 저리도 잘 흐른단 말인가
귀향하는 이 있거든 소식 한자 전해 주오
바람이 사연보다 먼저 떠나니 전할 길 없네
모국은 언제나 바다건너 꿈속에만 있고
이국에 정 부쳐 살아도 이국일 뿐이라네
사시 철없는 이국에는 기럭아비도 없어
화상에서나 고국의 봄을 바라볼 뿐이라오  


-해설; 신라의 고승인 혜초(慧超)의 시로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에 실린 다섯 시 중에 하나.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속적 욕망과 초속성, 영원성 사이에 갈등과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구도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깨달음과 소명의식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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