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편입신고
2005.08.03 11:02
기성세대라는 것
언젠가 나도 기성세대가 되겠지만
사람 사는 곳에 최소한의 인정 있기를 꿈꾼다
정말 작은 덩어리의 시간이라도 움켜잡고
양파껍질 까다 눈물 흘릴지라도
맑고 깨끗한 눈물 한번 흘리고 싶다
그 흘리는 눈물 속에
물끄러미 내가 살아왔던 길 보인다
슬플 때 울 수 있던 날들과
기쁠 때 이성이라도 부둥켜안고
누런 잇몸까지 들어내 웃을 수 있던 날들
흑백 사진 시간만큼 흘러 버렸구나
이 빌어먹을 놈의 세상
종자들이 태어나면 태어날수록
가슴에 칼을 갈며 사는지 모르겠다
숨겨둔 칼날은 반드시 무엇인가
음침한 과녁 겨누고 어둠 속 걷는다
차라리 칼 가느니 시를 버리겠다
뜬눈으로 날 새도 도무지 써지지 않던 글
그나마 사치스런 낭만이었다
작은 빛에도 살기 품는 칼 대신
깨끗한 수식어 몇 마리 걸어두겠다
내장 벽에 기어오르는 기생충 같은
살기 위해 꿈틀거리는 널 닮고 싶다
내가 기성세대가 된 것이 어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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