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 비친 인디언별
2005.08.25 09:09
묵상 끝낸 한 수녀가 나무망치로
산소 통을 두드려 소리가 숲에 퍼지고
숲이 어두워진다고 밤새가 찌르르 운다
별들은 등뒤로 얼굴 붉히며 고개 들고
터지지 못한 밤 공기의 고요가 밀린다
취기 어린 말들이 어깨를 넘고 있는 사이
별들도 성큼 다가와 고개 숙인 백열등 위로
하나 둘 겉옷을 벗고 푸른 하늘을 헤엄친다
기둥 없이 달려있는 고행의 십자가
안경에 사선을 긋고 사라진 성취의 별
꿈꿔 온 짙푸른 별 하나를 본다
거미줄 내린 허름한 낡은 창고에
눈물도 별이 될 수 있다고 삭은 언어들이
머뭇거리는 숲 속으로 떨어진다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소원의 언덕 넘어
미래의 땅에 존재한다던 그 별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어디로 갔을까
밤은 어둠에도 여러 갈래의 길을 내고
길 따라 삼킨 겹겹의 고막들을 통과한다
새털모자에 가죽옷 입은 당당하던 인디언별
말발굽 소리가 유적의 연못에 뛰어든다
딱따구리 새가 나무를 붙잡고 새벽을 쪼며
물고기와 소금장수로 변한 영혼의 흔적들
묵상소리 들리는 연못에 은하수가 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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