跗節命詩

2005.09.06 06:32

한길수 조회 수:730 추천:90

跗節命詩(부절명시)

擊鼓催人命 (격고최인명)  북을 둥둥 쳐 목숨 재촉하니
西風日慾斜 (서풍일욕사)  서쪽 바람에 해는 기울려 하도다.
黃泉無客店 (황천무객점)  황천길에는 나그네 쉬어갈 집이 없으니
今夜宿誰家 (금야숙수가)  오늘밤에는 그 누구의 집에서 자리오.

-재 번역

갈 곳도 없는데 북소리는 재촉을 하는구나
서풍에 밀려 작열하던 해도 석양이 되었다.
저승길 떠나는 나그네에게 쉴 집이 있던가
오늘 죽어 내 쉴 곳 없는 것은 당연하다네.  

-해설; 성삼문(成三問; 1418∼1456)  조선 초기 문신. 자는 근보(謹甫), 호는 매죽헌(梅竹軒). 본관은 창녕(昌寧). 충청남도 홍성(洪城) 출생.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으로, 도총관 승(勝)의 아들이다. 1438년(세종 20) 식년문과에 정과로 급제하고, 47년 문과중시에 장원으로 급제하였다. 집현전학사로 뽑혀 세종의 총애를 받으면서 1442년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하였으며, 세종의 명에 따라 《예기대문언독(禮記大文諺讀)》을 펴냈다. 세종이 훈민정음 28자를 만들 때 정인지(鄭麟趾)·최항(崔恒)·박팽년(朴彭年)·신숙주(申叔舟)·이개(李塏) 등과 이를 도왔으며, 명(明)나라 사신을 따라 명나라에 가서 음운(音韻)과 교장(敎場)의 제도를 연구하고 돌아와 46년 9월 29일 훈민정음을 반포하는 데 공헌하였다. 54년 집현전부제학이 되고, 이어 예조참의를 거쳐 55년 예방승지가 되었다. 그해 수양대군(首陽大君;뒤의 세조)이 어린 조카인 단종을 위협, 선위(禪位)를 강요하여 왕위에 오르자 아버지 승의 은밀한 지시에 따라, 박중림(朴仲林)·박팽년·유응부(兪應孚)·허조·권자신(權自愼)·이개·유성원(柳誠源) 등을 포섭하여 단종복위운동을 계획하면서 거사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56년(세조 2) 6월 1일 세조가 상왕인 단종과 함께 창덕궁에서 명나라 사신을 위한 잔치를 열기로 하자, 그 날을 거사일로 정하였다. 원래는 아버지 승을 비롯한 무신들에게 운검(雲劒)으로 세조의 뒤에 섰다가 세조를 제거하도록 계획하였으나, 당일 아침에 갑자기 연회 장소가 좁다는 이유로 운검의 시립(侍立)이 폐지되자 그날의 거사는 일단 취소되고, 훗날 세조가 친히 거둥하는 관가(觀稼) 때로 미루어졌다. 이와 같이 거사에 차질이 생기자 함께 모의하였던 김질이 그의 장인 정창손(鄭昌孫)과 함께 세조에게 밀고를 하여 모의자들이 모두 잡혀갔다. 그는 모진 고문을 당하였으나 굴하지 않고 세조의 불의를 나무라고, 신하들의 불충을 꾸짖었다. 그달 8일에 아버지 승과 이개·하위지(河緯地)·박중림·김문기(金文起)·유응부·박쟁 등과 함께 군기감 앞에서 능지처사(陵遲處死)를 당하였다. 그 뒤 1691년(숙종 17) 신원되고, 1758년(영조 34) 이조판서에 추증되었다. 무덤은 서울 노량진 사육신 묘역에 있고 장릉(莊陵;端宗의 능) 충신단(忠臣壇)에 배향되었다. 저서에 《매죽헌집》이 있다. 시호는 충문(忠文).

성삼문이 죽음을 바로 앞두고 비명에 죽게 된 자신의 처지에서 비감과 동시에 사후세계에 대한 깊은 허무의식이 교차되고 있음을 작품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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