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風磬)2
2005.09.15 08:51
입은 있으나 귀가 없어 듣지 못하는 물고기
소리가 듣고 싶어 어둠 속에 비늘을 벗고
스러진 바람을 막아내자 제 몸은 지치고
수심을 알지 못해 물 여러 곳을 헤매었지만
강도 바다도 끝내는 땅과 맞닿는 것을
서로에게 칼날 세우는 일들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아
한번도 눈 감아 본 적 없지만
보이는 그대로 담아두기는 슬픔도 크다
아픔들을 차마 볼 수 없어 鐘을 눌러쓴
세상에 배대고 지느러미로 하늘을 난다
너의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마음을 비우라고 더 크게 소리내는
스스로 종지기가 되어도 즐거운 물고기
사악한 욕심 버리고 하산하는 가엾은 주인
현암사에는 하늘을 강이라 말하는 물고기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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