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산양을 찾아서
2005.10.12 10:59
뿌리까지 잘린 유성 하나
잡목으로 몸 가린 외계
때묻은 고독을 집어들고
주먹돌 가득한 산하신토
스스로 성체가 되어 버렸다
케이블카 배낭을 들어올리는
금속성 소음은 적막을 뽑아
하얗게 쌓인 겨울을 깨운다
해발 두께로 더 설 수 없는 돌산
발끝을 들어올려 바라본
이 세상은 어떠했을까
한 모금 남은 향연의 갈증
사막을 지나는 낙타의
헤진 등가죽만 바라보고
삶의 전부라고 선 그어버리면
바람을 말리는 풍력의 꿈은
선인장 향기를 알지 못한다
구름을 엮어 맨 한낮은
어둠에 갇힌 혼돈의 하늘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는
가슴에 고독으로 자생하고
사슬을 풀고 떠난 흉터가
조각난 돌들처럼 쌓여간다
개찰구 옆 박제가 된 산양이
눈동자를 돌려 산을 바라본다
*산하신토; 캘리포니아주 남부 로스앤젤레스 동쪽 약 160km 지점에 있는 산(3,293m)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0 | 그 해 겨울을 기억하며 | 한길수 | 2005.11.23 | 673 |
49 | 바다는 날마다 같은 섬을 그린다 | 한길수 | 2005.10.14 | 824 |
48 | 해직(解職) | 한길수 | 2005.10.13 | 695 |
» | 잃어버린 산양을 찾아서 | 한길수 | 2005.10.12 | 706 |
46 | 귀가 | 한길수 | 2005.09.15 | 721 |
45 | 풍경(風磬)2 | 한길수 | 2005.09.15 | 671 |
44 | 낙타는 사막을 벗지 않는다 | 한길수 | 2005.09.07 | 710 |
43 | 跗節命詩 | 한길수 | 2005.09.06 | 730 |
42 | 연못에 비친 인디언별 | 한길수 | 2005.08.25 | 866 |
41 | 기성세대 편입신고 | 한길수 | 2005.08.03 | 919 |
40 | 수로(首露)의 후예 | 한길수 | 2005.07.30 | 710 |
39 | 정철(鄭澈)의 시문학 | 한길수 | 2005.06.22 | 1436 |
38 | 기쁨을 위한 깨달음의 성찰 -정호승론 | 한길수 | 2005.05.19 | 938 |
37 | 떠도는 섬 | 한길수 | 2005.05.17 | 741 |
36 | 이규보의 시문학 | 한길수 | 2005.05.16 | 2047 |
35 | 안개의 흔적 | 한길수 | 2005.04.30 | 719 |
34 | 달맞이꽃 | 한길수 | 2005.03.28 | 861 |
33 | 絶句 | 한길수 | 2005.03.28 | 1069 |
32 | 登潤州慈和寺上房 | 한길수 | 2005.03.28 | 1001 |
31 | 蜀葵花 | 한길수 | 2005.03.28 | 7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