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解職)

2005.10.13 01:48

한길수 조회 수:695 추천:87

            

전선(電線) 잡은 양손이 버겁다
몸에 박힌 스태플 침은 인간의 흔적
허물벗는 산에서도 흔들림 없던 뿌리
등을 타고 놀던 바람과 새들과 구름
문명의 톱날로 나무를 바다에 눕히고
몸서리치던 인도의 바다를 토한다
포박을 이불 삼아 겨울잠을 잔다
바다는 어디로도 흐르지 못하고
나무도 혼자는 산을 오르지 못한다

위성의 집이 된 이 땅의 뿌리들  
전선(電線)은 지하 암벽을 뚫어도
나의 살 곳을 묻는 곳은 여전히
종기처럼 네 몸에 정보로 붙었다
싱글 방 있음과 일감 있음 사이에
시집(詩集)대신 어떤 것을 잡아야 할지
뿌리도 없이 선 전봇대를 바라보며
구도자의 길을 헤매던 난 너만큼도
온전히 내 자리를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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