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解職)

2005.10.13 01:48

한길수 조회 수:695 추천:87

            

전선(電線) 잡은 양손이 버겁다
몸에 박힌 스태플 침은 인간의 흔적
허물벗는 산에서도 흔들림 없던 뿌리
등을 타고 놀던 바람과 새들과 구름
문명의 톱날로 나무를 바다에 눕히고
몸서리치던 인도의 바다를 토한다
포박을 이불 삼아 겨울잠을 잔다
바다는 어디로도 흐르지 못하고
나무도 혼자는 산을 오르지 못한다

위성의 집이 된 이 땅의 뿌리들  
전선(電線)은 지하 암벽을 뚫어도
나의 살 곳을 묻는 곳은 여전히
종기처럼 네 몸에 정보로 붙었다
싱글 방 있음과 일감 있음 사이에
시집(詩集)대신 어떤 것을 잡아야 할지
뿌리도 없이 선 전봇대를 바라보며
구도자의 길을 헤매던 난 너만큼도
온전히 내 자리를 지킬 수 없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 그 해 겨울을 기억하며 한길수 2005.11.23 673
49 바다는 날마다 같은 섬을 그린다 한길수 2005.10.14 824
» 해직(解職) 한길수 2005.10.13 695
47 잃어버린 산양을 찾아서 한길수 2005.10.12 706
46 귀가 한길수 2005.09.15 721
45 풍경(風磬)2 한길수 2005.09.15 671
44 낙타는 사막을 벗지 않는다 한길수 2005.09.07 710
43 跗節命詩 한길수 2005.09.06 730
42 연못에 비친 인디언별 한길수 2005.08.25 866
41 기성세대 편입신고 한길수 2005.08.03 919
40 수로(首露)의 후예 한길수 2005.07.30 710
39 정철(鄭澈)의 시문학 한길수 2005.06.22 1435
38 기쁨을 위한 깨달음의 성찰 -정호승론 한길수 2005.05.19 938
37 떠도는 섬 한길수 2005.05.17 741
36 이규보의 시문학 한길수 2005.05.16 2047
35 안개의 흔적 한길수 2005.04.30 719
34 달맞이꽃 한길수 2005.03.28 861
33 絶句 한길수 2005.03.28 1069
32 登潤州慈和寺上房 한길수 2005.03.28 1001
31 蜀葵花 한길수 2005.03.28 79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93,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