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2005.12.10 07:06

한길수 조회 수:677 추천:77



공사가 한창인 도로를 따라 줄 선 철망
아주까리 잎이 손들어 말 건다
접경을 이룬 철망에 잡초만 무성한데
새들이 일고 간 바람에 살짝 웃는
민들레가 더위에 지쳐 고개 숙인다
새들이 연신 철망 사이의 풀 섬으로
제 집처럼 바람 만들며 날아다니고
아주까리가 행성 달고 흰 살색 피워
들어가고 나올 입구에 점하나를 찍었다
별들은 열매를 만들려고 그렇게
낮에만 내려와 꽃의 점이 된 것을
나만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새들에게 더위를 피해 쉬어 가라고
부채 살 잎새들로 오두막 지붕 만들고
꽃들은 평상에 앉은 새들에게 향기를 보낸다
잎새는 자신보다 꽃을 더 생각하는구나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주까리 잎이 되고 싶은 여름을
새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 칠면초(Suaeda Japonica) 연가 한길수 2007.04.25 671
69 낙타와 상인 7 한길수 2006.11.15 818
68 낙타와 상인 6 한길수 2006.10.27 627
67 백양사에서 한길수 2006.09.28 681
66 낙타와 상인 5 한길수 2006.08.11 709
65 낙타와 상인 4 한길수 2006.07.26 649
64 풍암 저수지 한길수 2006.07.20 668
63 낙타와 상인 3 한길수 2006.07.16 687
62 낙타와 상인 2 한길수 2006.06.05 682
61 낙타와 상인 1 한길수 2006.05.11 696
60 4월, 그 아픔의 봄에 한길수 2006.05.05 670
59 풍란(風蘭)이 피던 저녁 한길수 2006.04.05 690
58 이민(移民)일기 1 한길수 2006.04.04 682
57 그리운 향기 찾아 떠나는 길 - 최석봉론 한길수 2006.04.01 757
56 갈매기 우는 이유 한길수 2006.03.31 664
55 홍어 한길수 2006.03.29 644
54 정지용의 시세계 한길수 2006.03.16 891
53 두루봉에 핀 산철쭉 한길수 2006.03.09 732
52 세한도 한길수 2006.01.05 690
»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한길수 2005.12.10 677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93,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