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봉에 핀 산철쭉

2006.03.09 04:27

한길수 조회 수:732 추천:101

            

두루봉에 피묻은 산철쭉 피어
산은 지금도 어린아이 소리를 낸다
사내도 계집도 아닌 산이 낳은 아이
산아래 세상 기웃거리다 눈멀었다던
시름시름 앓다가 숨거둔 아기 무덤

봄마다 늙은 여우가 뿌리고 가는 꽃

두루봉 동굴이 세상에 알려지던 날
늙은 여우는 목쉰 울음을 컹컹 토했다
소문엔 여우 잡으러 동굴 들어간 광부
자신의 간을 꺼내 늙은 여우 잡았으나
눈맞아 살림 차려 낳은 아이일거라고

늙은 여우가 언제부터 그곳에 살았는지

사만 년 지난 올 봄도 산철쭉이 피었다
불타는 별똥별이 떨어진 자리
간이 없는 광부의 유골과
성기가 없는 아이의 뼈가 발굴된 동굴
지금도 늙은 여우가 살고 있는지
산기슭에 새 주막집이 생기고
아련히 주술 같은 아기 울음 들린다

봄마다 늙은 여우가 뿌리고 가는 꽃



*두루봉 동굴; 충북 청원군 문의면 시현부락에 위치해 있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 칠면초(Suaeda Japonica) 연가 한길수 2007.04.25 671
69 낙타와 상인 7 한길수 2006.11.15 818
68 낙타와 상인 6 한길수 2006.10.27 627
67 백양사에서 한길수 2006.09.28 681
66 낙타와 상인 5 한길수 2006.08.11 709
65 낙타와 상인 4 한길수 2006.07.26 649
64 풍암 저수지 한길수 2006.07.20 668
63 낙타와 상인 3 한길수 2006.07.16 687
62 낙타와 상인 2 한길수 2006.06.05 682
61 낙타와 상인 1 한길수 2006.05.11 696
60 4월, 그 아픔의 봄에 한길수 2006.05.05 670
59 풍란(風蘭)이 피던 저녁 한길수 2006.04.05 690
58 이민(移民)일기 1 한길수 2006.04.04 682
57 그리운 향기 찾아 떠나는 길 - 최석봉론 한길수 2006.04.01 757
56 갈매기 우는 이유 한길수 2006.03.31 664
55 홍어 한길수 2006.03.29 644
54 정지용의 시세계 한길수 2006.03.16 891
» 두루봉에 핀 산철쭉 한길수 2006.03.09 732
52 세한도 한길수 2006.01.05 690
51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한길수 2005.12.10 677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1
전체:
93,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