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우는 이유

2006.03.31 06:34

한길수 조회 수:664 추천:78

울고싶거든 바다에 가라
바다가 소리 내 울어 줄 것이다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남거들랑
갈매기 입에 흘리는 눈물 같은 침이 되어라
스스로 바다를 건너지 못한 갈매기는 없다
행복한 인간들의 식탁이 보이는 창가에서
외로움 견디지 못해 눈물대신 침 흘린다
바닷물이 짠 것도 갈매기가 흘려 논 침 때문
갈매기도 세상에 태어날 때 너만큼 울었다
열 번을 행복하고 한번 슬퍼도 억울한 사람들
무너진 기대만큼 행복은 언제나 멀리 있다
오늘이 슬픈 것이지 내일이 되면 슬픔도
부서져 잊혀진 기쁨의 장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도 울고싶거든 다시 바다에 가라
바다가 먼저 두 팔 벌려 반길 것이다

항아리에 오랫동안 담겨져 있는 바다를
버리지 않는다고 갈매기가 목쉬도록 운다
바다에 올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라
웃음 닮은 파도가 기다렸다는 듯이 안을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한번이라도 좋은 일하고 울어야지
오늘도 바다가 저토록 검푸른 이유가 무엇인지  
억장 무너진 네 울화만 받아내고 남긴 거품으로
등뒤에서 넘치는 기쁨은 투명한 파도로 밀어낸다
네가 흘리지 않아도 이미 검푸를 만큼 검푸르다
쌓인 슬픔 안다고 토닥거리며 갈매기가 난다
떠나는 널 바라보며 손 흔드는 갈매기 울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 칠면초(Suaeda Japonica) 연가 한길수 2007.04.25 671
69 낙타와 상인 7 한길수 2006.11.15 818
68 낙타와 상인 6 한길수 2006.10.27 627
67 백양사에서 한길수 2006.09.28 681
66 낙타와 상인 5 한길수 2006.08.11 709
65 낙타와 상인 4 한길수 2006.07.26 649
64 풍암 저수지 한길수 2006.07.20 668
63 낙타와 상인 3 한길수 2006.07.16 687
62 낙타와 상인 2 한길수 2006.06.05 682
61 낙타와 상인 1 한길수 2006.05.11 696
60 4월, 그 아픔의 봄에 한길수 2006.05.05 670
59 풍란(風蘭)이 피던 저녁 한길수 2006.04.05 690
58 이민(移民)일기 1 한길수 2006.04.04 682
57 그리운 향기 찾아 떠나는 길 - 최석봉론 한길수 2006.04.01 757
» 갈매기 우는 이유 한길수 2006.03.31 664
55 홍어 한길수 2006.03.29 644
54 정지용의 시세계 한길수 2006.03.16 891
53 두루봉에 핀 산철쭉 한길수 2006.03.09 732
52 세한도 한길수 2006.01.05 690
51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한길수 2005.12.10 677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93,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