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상인 2

2006.06.05 09:09

한길수 조회 수:682 추천:90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네모난 판에 올려놓고
책상에서 갑자기 튄 사라진 바늘을 찾는  
명문고교 야구선수였던 A형의 모습은 간데없다  

영어가 서툴고 문화가 다른 미국 이민의 길
추적추적 비 내려 장사를 할 수 없었던 날
모텔에서 할 일없이 창밖을 바라볼 때도 해뜨는  
내일, 쾌쾌한 냄새나는 것도 참고 오늘까지 살았다  
땅바닥을 뒤지다 목덜미에 땀만 송송 거린다
누가 사라진 핀만큼이나 A형의 꿈을 기억 할까
천식에 걸린 아들의 두꺼워져 가는 안경알 보며
남 팔목에 채워준 시계가 몇 판이나 되었을지

사춘기 나이 17살 되고 조금 지날 무렵
도둑고양이처럼 툭하면 어둠의 꼬리 잡고 다니다  
프리웨이 나갈 길로 들어가 끝내 돌아오지 않던
아들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해 삼진 아웃이라며
미국에 와서 바보가 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피투성이 죽음은 어느 통곡의 강에 뿌려야 될지    
네 아버지가 팔았던 그 많은 시계는 어디로 갔을까

어릴 때부터 삼촌이라고 부르던 녀석의 증발
너의 17살 지나가는 삶의 방향을 알지 못했다
어둠에서 네 어깨가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고도
한순간 지친 몸 쉴 수 있는 그늘도 아닌 사막의 나
다가가 흐르는 눈물 닦아 주지 못해 미안하다
네가 떠나고 새벽바람으로 언 담벼락에 기댄  
네 아버지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울어주었을 뿐

지금도 상가 한쪽 시계점포에서 A형은
풀리지 않는 울화(鬱火)를 품고 사막 건너가는 길   
사라진 핀을 찾으려고 해지는 줄 모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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