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상인 4
2006.07.26 05:02
좁은 가게 번듯하게 진열된 옷들로 가득
예쁘장한 샌디 엄마 손길이 분주하기만 해도
몇 인치 높은 불편한 구두로 세상 밟고 산다
종일 모이 쪼는 새처럼 늘 부지런 때문에
저마다 부러워하는 문전성시 이루는 가게
좋은 차에 멋진 집도 장만하고 행복하던
한인 이민자들이 꿈꾸던 이상적인 가정이었다
높아진 구두 굽처럼 눈도 높아졌던 어느 날부터
골프 배운다고 가게 물건 빠지는 줄 모르더니
계절 바뀌는 동안 골프 핸디캡 줄어 좋아할 때
아파서 학교를 조퇴하고 거리를 헤맨 샌디
남편을 의부증 환자에 가정폭력으로 고발했다
사하라 남부에 백만이 굶주려 죽어 가는데
미국 법정에 서서 남보다 못한 두 사람 되었다
사랑의 파라다이스 지도 따라 길 찾았을지
낙타는 쉽게 오아시스를 찾지 않는다 다만
고행 길에 달콤한 낮잠도 행복이 되어줄 뿐
다니던 교회 목사가 재결합 화해를 시켜도
가정 외면하고 사막 바람 같은 사랑 찾을 때
남편은 재혼하고 샌디와 함께 아픔 씻고 있다
번듯한 상가 팔고 홀연히 사라질 때의 미소
엘에이 폭동과 지진에 기진맥진한 시간들
멈추지 못해 탈진한 경기가 돌림병처럼 번지고
마켓에서 일회용 모자 쓰고 김치 팔던 샌디 엄마
날 보자 잃어버린 웃음 감추려 고개 숙였는지
눈물 글썽이며 뭐라 말 하려 애쓰다 포기한 듯
돌 바람으로 지은 사랑 잃고 홀로 후회하는 걸까
산다는 것은 가는 길만 있지 뒤 돌아갈 길 없다
낙타도 사막에서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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