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
2008.04.16 06:51
투명한 비닐 속 거친 주름
오래된 기억 뒤편에 앉아있는
눈길 와 닿는 유물이 된 미라
태평양 건너와 수줍게 손 내밀어
실타래 풀어 엮던 이민의 여정
낯선 이국 내딛은 삼십년 걸음
수천갈래 윗실과 밑실 이어놓고
시집올 때 성한 몸 가린 겹겹 옷
고국으로 떠나시는 초라한 뒷모습
발판 떠난 날실의 아득한 함성 줄
늦은 저녁까지
노인 수발로 핏줄 간수한 씨실
오한으로 멍들어 가는 동맥경화
약기운 떨어져 가늘게 떠는 혈관
모태에서 양수 마시며 들었던 울림
방 한 칸 가득 채운 햇볕의 울음이다
돌이키면 편하게 산 저 박음질
커진 몸보다 작아지는 옷 때문에
눈 흘금한 날들이 오래도록 아리다
떠난 자리 고요에 잠 못 이루고
불현듯 든 전화기에 실밥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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