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을 기르는 사내
2008.08.12 07:22
길모퉁이 유리어항이 줄 서있는 집
문 열고 들어가자 신문에 잠긴 몸
턱수염을 한 사내의 단단하게 박은
뿌리 흔들리며 물들이 튀어 떨어졌다
사는 것은 늘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투명한 항구 떠난 물고기들의 흔적
수련은 자국을 삼키며 몸 틔고 있다
물컹이는 습지에서 희열을 꿈꾸며
수족관에다 일생을 걸고 뿌린 낱알
구석구석 낀 이끼로 생을 이어갈 때
사내는 부레로 비린 계절을 맞는다
사는 것은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일
사내는 수족관 속을 잠시 배회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신문을 들어
빠르게 잠긴 얼굴이 활자로 변했고
희뿌연 서리 내린 수염 시들어가도
수련은 한 점 꽃을 피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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