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떼는 일

2010.01.07 07:13

한길수 조회 수:767 추천:98


오리 알이 머리 아픈데 좋다는 소리에
늦봄 노란새끼 때부터 사다 주문(呪文) 걸어  
땀방울 같은 여름 지나 기척 없이 선 가을
인터넷 뒤적이니 겨울 내내 낳지도 않는다니
허허벌판 누운 겨울 걱정에 괜히 끙끙 앓고
텃밭 살얼음 녹고 달력 넘기니 피는 아지랑이  

두 집 살림하는지 새벽에 들어가는 옆집 주인
일없이 오리 궁둥이 보는 내가 퍽이나 미운지
고발해 겸연쩍게 펄럭이는 경고장 인심이라니
애완동물 수는 엄지 없는 네 손가락 누가 모르나
농장에 오리들 주고 알 낳거든 달라 사정하는  
영락없이 내 것 주고 사정하는 머쓱한 표정이다  

시골스러운 일이란 엄지 숨겨 시치미 떼는
머리 맑게 알집 채우려 기(氣) 쓰고 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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