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속의 전설

2010.07.01 06:53

한길수 조회 수:691 추천:102


지휘체계 무너지고 무장 해제된, 계급장 없는 군인은 허리띠 없이 달랑 이름 석 자뿐이었다 감방 창에 벽화처럼 장식되었던 달 무심히 바라보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공군 하사관 12주 기본 군사교육 끝내고 특기교육 9주차 임관이 코앞일 때였다 항로를 이탈 사건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일어났다 잠깐 동안의 폭죽놀이 같았던, 불문에 붙이겠다는 사령관의 약속을 믿고 우리는 해체했다
새벽이 되자 한 사람씩 헌병차가 실어갔다 주동자를 실토하라는 회유와 고문, 훈련 사고로 위장 죽이거나 불구 만들어 통합병원으로 후송하겠다던 협박에도 의리를 지켜냈다 뻐꾸기 소리, 나의 살던 고향 노래에도 쉽게 울음 터트렸던 내가 기특하게도 대한의 남아 콧날을 우뚝 세웠었다
직속상관의 묵인 없이는 감행할 수 없던 폭동, 때론 자동항법장치 아닌 수동으로 항로를 이탈해 생의 전환을 해야 한다 군법 회부 없이 막 내릴 수 있었던 진술서 두 장, 헌병 셋 달려들어 강제 날인을 했던, 초유의 법보다 상위였던 특별법이 그날 있었다 발버둥질 치며 쫓겨나왔던 교육부대, 서리 맞은 달 하나 달랑 데리고 나섰던, 그런 새벽이


                                       <시와 시>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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