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대한 편견

2010.10.21 06:20

한길수 조회 수:730 추천:89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고 잠깐
고개 숙인 손님 목에서 흉터를 보았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지방 국도 같은 흉터
순간의 신음을 꿀꺽 삼켰으나
그는 빠르게 감지한 듯
지폐 건네는 손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감기 바이러스처럼 간단하게
자살 바이러스가 옮는 시대에는
상상조차도 불온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시퍼런 칼날
목으로 가져가는 상상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 수술대 위에 그를 눕힌다

금방 사이에 그와 나는 오버랩 된다
내 목을 지나가는 서늘한 칼날
죽음의 잠으로 빠져간다
익숙한 내 일상은 멀어지고
움직일 수 없던 외딴 가시덤불속  
구속에서 헤치고 나와 그는 유유히 떠났다

먹고 살려고 버둥거리며 지르던 비명
내 목울대에 냈던 깊은 상처가
아직도 내 맘 어딘가에 남아 있다


            - 2010년 <시와 시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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