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대한 편견
2010.10.21 06:20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고 잠깐
고개 숙인 손님 목에서 흉터를 보았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지방 국도 같은 흉터
순간의 신음을 꿀꺽 삼켰으나
그는 빠르게 감지한 듯
지폐 건네는 손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감기 바이러스처럼 간단하게
자살 바이러스가 옮는 시대에는
상상조차도 불온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시퍼런 칼날
목으로 가져가는 상상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 수술대 위에 그를 눕힌다
금방 사이에 그와 나는 오버랩 된다
내 목을 지나가는 서늘한 칼날
죽음의 잠으로 빠져간다
익숙한 내 일상은 멀어지고
움직일 수 없던 외딴 가시덤불속
구속에서 헤치고 나와 그는 유유히 떠났다
먹고 살려고 버둥거리며 지르던 비명
내 목울대에 냈던 깊은 상처가
아직도 내 맘 어딘가에 남아 있다
- 2010년 <시와 시학> 가을호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0 | 사라진 배는 어디서 잠들까 | 한길수 | 2008.12.10 | 950 |
109 | 외로움도 별처럼 바다에 빠진다 | 길버트 한 | 2003.07.24 | 945 |
108 | 기쁨을 위한 깨달음의 성찰 -정호승론 | 한길수 | 2005.05.19 | 935 |
107 | 길 위에 서면 | 한길수 | 2008.07.28 | 922 |
106 | 구두 한 켤레 | 한길수 | 2009.07.06 | 921 |
105 | 기성세대 편입신고 | 한길수 | 2005.08.03 | 919 |
104 | 수련을 기르는 사내 | 한길수 | 2008.08.12 | 918 |
103 | 재미시인의 시 감상 | 길버트 한 | 2004.10.13 | 910 |
102 | 송신소 철탑이 있던 마을 | 한길수 | 2008.03.19 | 905 |
101 | 경동맥 해면정맥동루 | 한길수 | 2010.05.17 | 899 |
100 | 옹이 | 한길수 | 2009.10.29 | 899 |
99 | 정지용의 시세계 | 한길수 | 2006.03.16 | 891 |
98 |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를 읽고 | 길버트 한 | 2004.10.21 | 886 |
97 | 연못에 비친 인디언별 | 한길수 | 2005.08.25 | 866 |
96 | 달맞이꽃 | 한길수 | 2005.03.28 | 861 |
95 | 참붕어 | 길버트 한 | 2004.05.05 | 856 |
94 | 인연 | 길버트 한 | 2002.11.14 | 853 |
93 | 나를 울린 한 편의 시--- 정지용 - '향수(鄕愁)' | 한길수 | 2010.05.18 | 852 |
92 | 만장(輓章) | 한길수 | 2009.05.29 | 847 |
91 | 준 글룸(June Gloom)* | 한길수 | 2009.12.30 | 8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