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2011.03.13 10:05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1950년 대구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에 오르는 영희>,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산문집 『위안』『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동화집『바다로 날아간 까치』 『슬픈 에밀레종』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물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기차 이야기』 『비목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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