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은 세상을 모두 둥글게 잠재운다 -김영남
2011.05.13 10:56
깎아주고 덤이 있는 골목.
그 골목은 좌판 사과가 둥글고,
리어카의 손잡이가 둥글고,
그리고 그 흥정이 둥그네.
거기에서 소리를 지르면
순이, 철이, 용호네 아줌마들이
골목에서 둥글게 모여드네.
구불구불 세상을 돌아서 골몽이
하늘로 올라가고, 밤이 되면
둥근 동산을 연탄처럼 굴러서
달이 떠오르네.
그러나 보게나!
둥글지 못해 한 동네를 이룰 수 없는 것들,
둥근 것을 깔아뭉개고 뻣뻣하게 서 있는 저 아파트들을.
이곳에선 둥글지 않으면 모두가 낯설어한다네.
나도 허리를 둥글게 말아 방문을 여네.
1957년 전남 장흥 출생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정동진역」으로 등단
윤동주문학상, 중앙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기획조정실에 근무
시집으로 <정동진역>, <모슬포 사랑>, <푸른 밤의 여로>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4 | 폭설의 반대편 폭우의 건너편 -이야기의 끝 -김중일 | 한길수 | 2011.08.23 | 429 |
43 | 살바도르의 시계 -서영처 | 한길수 | 2011.09.23 | 426 |
42 | 저작권법 시행에 따른 게시물 삭제 | 한길수 | 2009.07.22 | 421 |
41 | 과녁 -이동호 | 한길수 | 2011.07.13 | 420 |
40 | 적벽에 다시 -조용미 | 한길수 | 2011.02.13 | 416 |
39 | 낮달 -나호열 | 한길수 | 2011.07.03 | 411 |
38 | 사막을 건너는 낙타표 성냥 -최치언 | 한길수 | 2011.09.23 | 409 |
37 | 시그너힐의 집배원 -강경보 | 한길수 | 2011.08.13 | 403 |
36 | 감각으로의 귀환 -윤의섭 | 한길수 | 2011.07.23 | 402 |
» | 그 골목은 세상을 모두 둥글게 잠재운다 -김영남 | 한길수 | 2011.05.13 | 399 |
34 | 춤추는 거울 -김형술 | 한길수 | 2011.11.13 | 394 |
33 | 마장동 불립문자 -조연향 | 한길수 | 2011.08.03 | 393 |
32 | 모네의 저녁 산책 -조연호 | 한길수 | 2011.09.03 | 387 |
31 | 늙어가는 함바집 -공광규 | 한길수 | 2011.06.03 | 386 |
30 | 검색 공화국 -문성해 | 한길수 | 2011.07.13 | 376 |
29 |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김왕노 | 한길수 | 2011.05.13 | 376 |
28 | 안개사용법 -안현미 | 한길수 | 2011.06.03 | 366 |
27 | 바다가 나를 구겨서 쥔다 -조 정 | 한길수 | 2011.04.13 | 366 |
26 | 누군가 내 바코드를 읽고 있다 -변종태 | 한길수 | 2011.06.13 | 364 |
25 | 죽은 억새를 위하여 -김수열 | 한길수 | 2011.08.03 | 3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