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은 세상을 모두 둥글게 잠재운다 -김영남
2011.05.13 10:56
깎아주고 덤이 있는 골목.
그 골목은 좌판 사과가 둥글고,
리어카의 손잡이가 둥글고,
그리고 그 흥정이 둥그네.
거기에서 소리를 지르면
순이, 철이, 용호네 아줌마들이
골목에서 둥글게 모여드네.
구불구불 세상을 돌아서 골몽이
하늘로 올라가고, 밤이 되면
둥근 동산을 연탄처럼 굴러서
달이 떠오르네.
그러나 보게나!
둥글지 못해 한 동네를 이룰 수 없는 것들,
둥근 것을 깔아뭉개고 뻣뻣하게 서 있는 저 아파트들을.
이곳에선 둥글지 않으면 모두가 낯설어한다네.
나도 허리를 둥글게 말아 방문을 여네.
1957년 전남 장흥 출생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정동진역」으로 등단
윤동주문학상, 중앙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기획조정실에 근무
시집으로 <정동진역>, <모슬포 사랑>, <푸른 밤의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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