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사용법 -안현미

2011.06.03 05:23

한길수 조회 수:366 추천:17



안개 핀 호수를 건너 태백 이전으로 날아가는 시간들, 날아가 아픈 이마 위에 놓여진 착한 물수건 같은 시간들, 그 이마 위에서 안개처럼 피어오를 미열들 그 미열들을 끌어안고 안개꽃이 되고 있는 저 여자 제 꼬리를 문 물고기 같은 여자 한때 나였던 저 여자 활엽수 같은 웃음소리를 지닌 저 여자 '안개라는 건 누군가가 혼자서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에요' 십자말풀이처럼 안개를 사용하던 여자 한때 나였던 저 여자 안개를 끓여 모유처럼 배부르게 먹이던 여자 그 안개에선 극지까지 다녀온 바람의 냄새가 나고 말라 죽은 나무의 이야기가 우러났다 그 안개를 '사랑'이라고 사용한 건 인간의 일이었지만 그 안개가 열일곱 묶음의 안개꽃이 된 건 시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1972년 강원도 태백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년 《문학동네 》로 등단 시집 『곰곰 』『이별의 재구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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