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나호열

2011.07.03 09:40

한길수 조회 수:411 추천:7



바람이 슬며시 옷자락을 당기듯이 당신을 생각할 때 오래된 구두를 깁고 잇는 내 모습이 어른거린다 슬픈 짐승의 가죽 같은 가슴은 피의 더운 색깔을 지워버리고 단단히 동여매었던 이야기는 실밥이 터져버렸다 아직은 걸어야 할 길이 더 남았다는 듯이 내가 깁고 있는 것은 구두가 아니라 구두의 전생 문장이 되지 않는 긴 강을 바라보거나 매듭이 풀리지 않는 바람을 잡아 보는 것 그것들이 나에게 기쁨이 되기까지 아니, 잊혀지기까지 얼마나 깊은 뒤안길이 필요했을까 그리하여 가끔 밑창을 뚫고 걸음을 절룩이게 만들었던 구두를 벗어 구두가 껴안았던 못을 경배한다 멀리 간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주 떠나버린 것도 아니었다 생각의 구두점처럼 당신의 발자국은 내 가슴에서 맴돌았던 것이다 낡아서 더 이상 기울 수도 없는 추억은 푸르다 출렁거리는 하늘에 기우뚱 낮달이 기운다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1986년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 1991년 《 시와시학》중견시인상 수상 2004년 녹색 시인상 수상 미래시, 울림시, 강남시, 시우주문학회 동인으로 활동 독도사랑협의회 한국본부 회장 www.imoonhak.com 『인터넷 문학신문』발행인 저서로 『담쟁이 넝쿨은 무엇을 향하는가』 『집에 관한 명상 또는 길찾기』,『망각은 하얗다』 『아무도 부르지않는 노래』,『칼과 집』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낙타에 관한 질문』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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