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있는 풍경 -윤성택
2011.07.03 09:44
넘어지고 나서 무엇을 보고 있었나, 깨진 상처가 욱신거리는 거울 안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나무로부터 식음을 전폐한 잎들, 마지막이라는 듯 혼신을 다해 흔들리는 바람을 그려냈다 그때마다 물감을 다한 잎들이 빈 팔레트처럼 우수수 쏟아졌다 아까부터 벤치에 부려진 사내가 신문지를 덮고 잠들었고 바닥의 술병마저 오후를 자전하다 멈춰 섰다 어쩌다 이 고요가 캔버스가 되었을까 햇살은 죄다 껍질을 가진 채 반짝거렸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굴절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기억 속에 불빛 하나 켜 놓고 영원히 진열될 것 같은, 한바탕 바람이 그려지고 있었다 모두 먼지로 휩쓸려 흐려지고 있었다 이젤처럼 천천히 일으켜 세우자 자전거에 달린 금이 간 거울에서 툭, 조각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리트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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