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는 늘 분홍색이다 -강은교
2011.07.03 09:48
가시금작화가 필 때면 전화가 오긴 했다, 전화를 기다릴 때면 유리창을 닦곤 했다, 유리창에 세상은 더 뽀얗게 보이곤 했다, 유리창을 다 닦으면 커튼을 내렸다, 귀퉁이가 다 닳아진 열쇠를 들고,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쑤셔박았다, 곧 똑똑 소리, 나는 지나가던 바람의 양귀를 잡아 양탄자처럼 폈다, 지나가던 종소리도 붙잡아 라디오처럼 켰다, 그대가 나를 껴안고 가시금작화 핀 벼랑을 달렸다, 벼랑 밑 어딘가 던져 놓았을 닻을 찾아, 그것은 내가 만진, 만족스러운 최초의 꿈꽃, 가시금작화가 필 때면 거기에서 그것의 숨소리는 분홍색 혀를 달달 떨며 양팔 잔뜩 벌린채 파도 속으로 속으로 가라앉고 있을 것이다, 아, 전화가 왔다. 1945년 함남 홍원 출생 1968년 연세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 졸 1968년 9월 ≪사상계(思想界)≫로 등단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집 『빈자 일기』 『소리집』『붉은 강 』 『우리가 물이 되어』 『바람노래』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초록 거미의 사랑』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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