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렸다, 닫혔다, 사라졌다 -박강우
2011.07.03 09:57
가시나무에 걸려 있던 쇠문이 열렸고 쇠문 안으로 길게 뻗은 복도를 따라 걸었다 기둥 사이로 보이는 길을 걸어 흰색 치마가 들어 왔다 흰색 치마가 복도 끝에 서 있던 굴뚝 위로 올라갔다 굴뚝이 흰색 치마를 아래로 던졌고 검게 탄 식빵이 되어 떨어졌다 식빵을 씹는 동안 기둥 사이의 길이 사라졌다 먹다 남은 식빵을 빈 쟁반에 버렸다 빈 쟁반이 일어나 버려진 식빵을 먹는 동안 길이 다시 보였고 굴뚝이 흰색 치마를 입고 걸어 다녔다 눈을 감고 힘껏 달렸다 쭈그러진 페인트통이 흰색 치마로 입을 닦고 길을 건너갔다 눈을 크게 뜨고 힘껏 달렸다 다리 부러진 달팽이가 흰색 치마를 밟으며 길을 건너 갔다 면도칼날에 잘린 수염들이 건너가며 흰색 치마로 나의 눈을 가리는 동안 멀리서 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가시나무가 눈을 가린 흰색 치마를 벗겼다 눈꺼풀에 달려 있던 쇠문이 열렸다 열렸던 쇠문이 다시 닫혔다 쇠문이 사라졌다 1959년 마산출생 부산의대졸업 1998년「현대시학」등단 박강우 소아과의원 원장, 의학박사 시와 사상 편집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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