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으로의 귀환 -윤의섭
2011.07.23 03:18
생각이 풀리지 않을 때는 간신히 새어나온 햇살에 온몸을 떨고 있는 화초라도 끌어들인다 곧바로 화석이 되어버리는 가여운 화초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별을 데려오기로 작정한다 어리둥절하던 별은 서서히 미쳐갔다 황량한 계절이 이어졌다 몇몇 계절은 겨울과 겨울 사이에 접혀 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생존이 문제였다 내게서 서서히 죽어간 감각들의 무덤이 눈더미처럼 쌓여 이를테면 목소리는 잊어버린 지 오래고 어루만지고 어루만져도 느껴지지 않는 체온과 육신의 경계와 욕정 처음 바다를 보고 이유 없이 무서웠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붉은 비단 장막의 노을을 본 적 없어 숨 막힐 지경도 있었다 돌아갈 길은 막막하고 매섭다 또 한 차례 폭설이 쏟아진다지만 귀환은 지구력(地球曆)이 다시 씌어진대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화초의 화석은 늘어날 테고 미친 별의 유성우가 난무할 것이다 무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968년 경기 시흥 출생 아주대 국문과 졸업(국문학 박사) 1994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외삼촌」 등으로 등단 시집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천국의 난민』,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마계』. 2009년 애지문학상 수상. ‘21세기 전망’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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