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파나레라 -최재영
2011.08.03 10:16
골목 입구 길 바닥에 새겨진 루파나레라* 열쇠 구멍을 닮은 사랑의 표적이다 내게 알맞은 키를 돌려야 제대로 된 쾌락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일까 매몰되었던 고대의 환락가를 들어서자 온갖 종류의 체위가 전시되어 있다 사랑은 어두울수록 더 대담한 것 숨도 쉴 수 없는 화산재 속에서 수천 년 동안 성교 중인 남녀를 만난다 배를 바짝 밀착시킨 사이엔 그들을 떼어놓을 시공이 없다 격렬했을 절정들 신음을 뱉어낼 새도 없이 굳어버린 혀는 순간이 영원을 간다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들은 서로에게 어떤 체위의 키를 꽂은 것일까 끓어오른 용암처럼 수천 번도 넘게 세상의 낮과 밤이 뒤집어지고 매몰된 도시가 뜨겁게 달아올랐으리라 진열장 안의 은밀한 순간을 들여다보며 화석이 돼버린 오르가슴을 즐기는 사람들 그들은 어떤 사랑을 탐하고 있는가 * 루파나레라 : 폼페이의 홍등가를 들어가는 골목 입구 바닥 표지판 1965년 경기 안성 출생. 2005년 <강원일보>와<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지원금을 받음. 시집 『루파나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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