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자를 흘리는 버릇이 있다 -박남희
2011.08.13 01:30
주제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 속 ‘백색 어둠’을 읽고 나서 나는 그림자를 실실 흘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림자가 자꾸만 나를 따라오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자가 무섭다 그림자는 자세히 보면 그림자가 아니다 그것은 상처이고 칼이고 죽음이고 불안이다 그러다 어떤 때는 돌연, 기쁨이고 눈부심이고 달콤함이고 매혹이다 자세히 보면 그림자는 겹의 언어다 ‘백색 어둠’이다 호박넝쿨이 호박을 잡아당기듯 ‘백색 어둠’이 돌연 나를 잡아당기다가 툭, 던져버린다 나는 결박 속에서 해방된다 나는 어둑해진다 온 몸이 그림자가 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 그림자의 주인이 된다 나는 그동안 아버지가 내 그림자인줄로만 알았다 아버지와 나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그림자를 멀리 두고 보면 그림자 속에 아버지가 보인다 그림자인 내가 보인다 나는 그림자를 슬슬 흘리는 버릇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나를 흘리는 버릇이 있다 하루해도 서산에 이르면 눈이 멀 것이다 경기 고양 출생 숭실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석사)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폐차장 근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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