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울음 환한 폐가가 되었다 -강해림

2011.08.13 01:34

한길수 조회 수:434 추천:14



명태는 슬픈 물고기다 지독한 가뭄과 폭설이 내지르는 외마디 비명이다 꽃피는 황무지다 죽어서도 대가리 꼿꼿 이 쳐들고 욱신거리는 몸, 얼음꽃이 피었다 싸리나무 꼬챙이에 꿰인 저 서름한 눈알들 비린내가 눈 덮인 겨울 소읍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대관령 덕장마을 간빙기 지나 지각변동을 하느라 비쩍 마른 몸이 육도문자였구나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아도 좋을 살가죽이여 내면은 늘 모래바람이 불어와 고단하고 골백번도 더 뒤척이고 몸살을 앓느라 험악해지기도 했을 백두대간 칼바람보다 오래 울고 캄캄한 울음 환한 폐가가 되었다가 만 필의 문장 돌고 돌았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얼었다 녹았다 까무러칠 때마다 성聖과 속俗,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던 몸, 북북 찢어질 슬픈 지형도여 1954년 대구 출생. 한양대학교 국문과 수료. 1991년 《민족과문학》과 《현대시》로 등단. 시집 『구름사원』『환한 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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