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씨가 죽은 여름 -유현숙

2011.08.13 01:36

한길수 조회 수:326 추천:19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붉은 포도밭과 귀를 자른 자화상과 해바라기와 감자 먹는 사람들과…… 허무와 열애를 하고 총에 맞고 돌아와 그가 그린 석탄 아궁이 보다 더 어둡고 기울어진 집에서 문 걸어 잠그고 지내는데 내 몸에서 혼을 훔쳐 도망간 누군가 궁금하다 (혼이 빠진 몸은 熱이 빠진 情처럼 남들 술 마실 때 맹물 삼키는데) 어느 땐가 떠났던 그가 허옇게 센, 내 혼을 안고 돌아오려는지 돌아와 재처럼 검은 저녁 사이프러스 그늘서 내 혼을 부수어 날릴지 그때는 자른 귀를 손에 들고 (젊은 날의 그처럼 이 골목을 뛰쳐나가) 셍레미병원으로 내가 걸어 들어갈지도 모를 일 볕에 달은 돌밭을 맨발로 걸어와서야 오래된 압생트를 꺼낸다 익은 발바닥이, 날 것의 밤이, 짙게 드로잉 되는 별이 빛나는 창에서 노란 환청을 듣는, 까마귀 나는 밀밭으로 걸어 들어가 내가 방아쇠를 당긴다 경남 거창 출생 2001 <동양일보> 와 2003 《 문학 선》등단 2009년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 『 서해와 동침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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