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소깍, 남쪽 -강영은

2011.08.23 02:52

한길수 조회 수:226 추천:26



소가 드러누운 것처럼 각이 뚜렷한 너를 바라보는 내 얼굴의 남쪽은 날마다 흔들린다 창을 열면 그리운 남쪽, 살청빛 물결을 건너는 것을 남쪽의 남쪽이라 부른다면 네 발목에 주저앉아 무서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무서움보다 깊은 색, 살이 녹아내린 남쪽은 건널 수 없다 눈이 내리면 너도 두 손을 가리고 울겠지, 눈 내리는 날의 너를 생각하다가 북쪽도 남쪽도 아닌 가슴팍에 글썽이는 눈을 묻은 젊은 남자의 비애를 떠올린다 흑해의 지류 같은 여자를 건너는 것은 신분이 다른 북쪽의 일, 구실밤잣나무의 발목 아래 고인 너는 따뜻해서 용천수가 솟아나온 너는 더 따뜻해서 비루한 아랫도리, 아랫도리로만 흐르는 물의 노래 흘러간 노래로 반짝이는 물의 살결을 무어라 불러야 하나 아직도 검푸른 혈흔이 남아 있는 마음이 무르팍에 이르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독한 사랑처럼 먼 바다로 떠나가는 남쪽 누구에게나 전설은 있지, 중얼거려 보는 내 얼굴의 남쪽 제주 출생 제주교육대학 졸업 2000년 계간 《미네르바 》등단 "미네르바 문학회 회장" 역임, 현재 "좋은시 공연 문학회 회원" "진단시" 동인 "한국시인 협회" 회원으로 활동중 시집 『스스로 우는 꽃잎 』『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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