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애 -손진은
2011.08.23 02:55
한 농부가 논을 갈아엎는다 머얼리서 물무늬 얼비치며 다가오는 소의 그림자 빠른 걸음으로 무논을 쟁기가 가로질러 가고 순간, 소리의 여울 이루어 반란하는 개구리 울음 나는 숨죽여 지켜본다 휘뚝휘뚝 지나가는 쟁깃날 너머로 분홍빛 등불을 켜든 풀꽃의 섬뜩한 아름다움이 머리 잘린 채 넘어지고 누군가, 떠올릴 수 없는 빛나는 한 생애가 흙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몇 바지개나 될 것인지 그들 죽음 안타까워 더욱 거세어지는 개구리 울음 개구리 울음이 넘어지는 풀꽃의 혼 이끌고 그것을 보는 내 슬픔마저 이끌어 봄 하룻날 풀꽃의 혼, 개구리 울음, 내 슬픔이 다 슬려 아지랑이로 떠돌고 있는 것을. 1959년 경북 안강 출생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 『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 』등 경주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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